친박 관제집회, 그들만의 잔치…결사적 ‘탄핵 반대’


[메인사진: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친박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친박세력의 대규모 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이들은 시민과 헌법재판소, 야당, 언론을 폄하하며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11일 오후 2시부터 8시경까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과 서울 시청 광장 인근에서 ‘제12차 탄핵반대 친박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김진태, 조원진,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이인제 전 의원, 정미경 전 KBS 아나운서, 박근혜 대통령 법률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 남유진 구미 시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이 주최한 이날 집회는 한껏 고조된 분위이였다. 진행자로 나선 손상대 뉴스타운 대표이사는 이날 집회 참석자가 210만명이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남대문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가득 채웠다. 로마 교황 방문 시 보다 우리 집회가 사람이 많다. 촛불이 우리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했다.

그러나 실제 이날 집회 인원은 최대 5만 명으로 추산된다.

시청광장에서부터 서소문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전세버스가 양쪽 방향 1개 차선씩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탄기국 구성 조직의 회원들이 대거 상경한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대구, 대전, 구미, 함양 등 자신들의 거주지역 이름이 쓰여진 팻말을 들고 모여 있었다. 전통적인 박 대통령 지지 지역이다. 주최 측은 “촛불 집회는 민주당의 문재인, 추미애가 동원령을 내려서 모은 것이지만, 우리는 개인별로 참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박근혜 대통령 깃발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박근혜 대통령 깃발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집회 참석자들은 몇몇의 대상들을 반복적으로 지목해 비난하며 집회를 이어 나갔다. 손석희 JTBC 사장, 박원순 서울 시장,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민주노총, 전교조 등의 비난이 단상에 선 연사들의 중심 주제였다.

변희재 미디어 워치 대표는 “손석희 사장이 나를 고소한 고소장을 봤다. 고소장에 그의 이름이 없더라. JTBC 법인이 고소한 걸로 되있더라. 자신 있으면 실명 걸고 고소해라. 고소장이 47페이지나 되는데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없고 최순실 욕만 있다. 고소장이 아니라 시간 끌기, 여론선동이다”라고 발언했다.

정광용 박사모 중앙 회장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비난하며 자택 앞에 한 달동안 집회신고를 냈으니 많이 참석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향한 비방도 나왔다. 정 회장은 “증인이 안 오면 강제구인하고 형사 처벌하면 된다. 그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엇에 쫓기듯이 신문도 하지 않고 결판을 내려한다. 이게 재판소냐? 헌법재판소 이렇게 해도 되나? 현재 이 뒤에는 악마의 재판관 3인 있다고 한다. 다음주에 누군지 공개하겠다”라고 음모를 제기했다.

집회 사이사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방도 끊이질 않았다. 단상에 오른 한 친박단체 회원은 시청 광장 친박천막을 지키려다 다쳤다며, “산적 같은 경찰이 나를 밀었다. 나는 큰 대자로 넘어져서 허리도 다치고 발목도 다치고 손목도 다쳤다. 경찰이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더라. 박원순 경호원 같다. 세월호 사람들은 땅 주고 물주고 전기 주고 보호하면서 우리 태극기 애국 집회는 철거하려고 한다. 텐트도 밀어내려고 한다.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맞냐?”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군복을 입은 참가자가 총을 가슴에 차고 있다.ⓒ양지웅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군복을 입은 참가자가 총을 가슴에 차고 있다.ⓒ양지웅 기자

연설 사이사이에는 군가가 울려 퍼졌다. 주로 50대에서 70대 사이의 참가자들은 열성적으로 태극기, 새마을 운동기, 성조기를 흔들며 군가를 따라불렀다. 현장에서는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을 비판하는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책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성조기와 태극기를 망토처럼 만들어 몸에 두른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밑에 ‘내 인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고 프린트한 천도 나눠주었다.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마치 70~80년대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반기는 행렬과 비슷했다.

구호는 ‘탄핵기각’, ‘탄핵무효’, ‘국회해산’, ‘특검해체’ ‘언론 조작’등이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은 모두 고영태씨와 그 측근들이 돈과 권력을 챙기기 위해 만든 자작극 이라며 ‘남창 게이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장애인, 탈북자 등이 참석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사회적 약자도 잘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 공군사관학교 구국동지연합은 플랑카드를 들고 단상에 나와 “종북좌파세력이 나라를 기울게 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총칼을 들고 나라를 위해 싸워본 사람들”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했고, 육군간호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모임 여성들은 조여옥 대위를 옹호하고 ‘더러운 잠’을 전시한 더불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국회에서 몰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행진 전 단상에 오른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무고함과 탄핵 기각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조원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역대 대통령 보다 사심 없고 부정부패 하지 않았던, 오로지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했던 분”이라며 “헌재가 졸속 심판하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함께 외치자”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북한에 퍼줬나”라며, “이런 분들께 나라를 맡길 수 있겠나? 태극기 정신으로 똘똘 뭉쳐 대한민국을 지켜가자”라고 참가자들을 고무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양지웅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양지웅 기자

남유진 구미시장은 “지금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좌파 세력에 의해서 유폐되어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인간 이하로 매도하면서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도 불태웠다. 증오의 정치는 이제 끝낼 때가 되었다”라고 동정심을 자극하며 결집을 호소했다.

두시간 반 남짓 집회를 이어가던 이들은 대한문을 출발해 숭례문과 중앙일보 앞을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행진에 참가하는 인원도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고령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카페와 음식점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습이었다.

집회에서 가장 고무된 사람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었다. 그는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과 악수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행진 무리 속에서는 “차기 대통령 김진태”라는 연호가 끊이지 않았다. 온 얼굴에 미소를 띤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이깁니다. 분위기 바뀌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방송차 위에 올라 인사를 하며 친박집회 참가자들과 행동을 같이했다.

매번 많은 시민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김진태 의원이 별난 행보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친박 시민들에게 아이돌 급 호응을 받는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태극기를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참가자들 중에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나섰다는 결연한 분위기의 어르신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이 종북좌파 세력에게 속고 있으니 설득해서 태극기 집회로 나와야 한다는 20대 청년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집회는 촛불 집회의 기세는 꺾이고 탄핵은 기각될 것으로 확고히 믿는 자신들만의 잔치였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고집 센 사람들의 아우성이 광장에 가득 찬 느낌이었다. 억울한 대통령과 망해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거리에 나선 구국 어르신들의 잔치였다. 특검 조사와 대통령 탄핵은 세상에 그지없는 무도한 일이고, 촛불집회는 종북 좌파에게 선동된 어리석은 자들의 만행이었다.

집회가 마무리 될 때쯤 단상에 오른 정미경 전 KBS 아나운서의 발언은 이날 집회의 백미였다. 정 전 아나운서가 “촛불집회는 어둠의 자식들이고, 밤이면 바퀴벌레처럼 나와서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태양의 자식들이다. 우리는 빛나는 햇빛 아래서 아름다운 태극기를 흔들며 희망과 기쁨의 축제를 열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이미 이겼고 저들이 다 사라질 때까지 끝까지 가자”라고 말하자 집회 참가자들의 함성은 덕수궁 담 위로 울려 퍼졌다.

2월 탄핵이 무산되고 헌법재판관들은 8인 체제로 대통령 탄핵 심판을 하고 있다. 친박단체들은 매일 같이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다. 촛불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이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전투적으로 세력을 결집하고 동원하고 있었다. 여론을 뒤집기 위해 유인물도 돌리고 영상을 제작하며 농성도 한다. 종교, 언론, 전직 군경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끌어오고 있다. 그들은 결사적이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태극기와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민중의소리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현장] 태극기 집회, 그들만의 잔치…결사적 ‘탄핵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