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없다’던 정부, 대책도 없다


황교안 “중 모니터링..대책 마련”
6개월째 같은말 반복..속수무책
전문가들 “중국 대화의지 없고
현 정부선 동력 나오기 어려워”

[한겨레]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처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이렇다 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속수무책인 형국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3일 자유한국당과의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중국 측의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조 대변인은 중국의 보복성 조치와 관련해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중국과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한 필요한 소통을 계속하고 있고,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6개월이 지났지만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쳐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중국으로부터 큰 보복성의 조처는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도 “중국의 사드 보복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언론에서 경제 제재,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론 탓을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도 “(중국 보복을) 공식적으로 볼 정도로 오진 않았다는 점에서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각각 대응팀을 두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뿐 아니라 관련부처에 태스크포스가 있으며, 범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눈에 띄는 대응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 정부가 아무런 대비 없이 당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윤병세 장관은 기자들에게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말을 하기엔 이르다”며 “중국이 어떻게 (보복조치를) 공식화할지 여부를 지켜봐야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는 “세계무역기구 제소 대응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국제 규범과 어긋나는 구체적인 조치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만일 정부가 중국을 제소한다고 해도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패널 심사 과정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당장 이달 중순부터 여행업계를 중심으로 예상되는 타격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

한·중 간 사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드는 중국 입장에서도 전략적 이해가 걸린 문제여서 쉽게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했다. 현 정부에서는 갈등을 풀어낼 동력이 나오기 어렵고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해결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도 “사드 배치를 조급하게 결정하고 서둘러 밀어붙이기보다는 질서 있게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에 운신의 여지를 남겨주어야 이후 해결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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