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름만 바꿔 7번 발표한 ‘박근혜 정부’

정책 이름만 바꿔 7번 발표한 '박근혜 정부'


‘성장동력 키운다’며 정책 이름만 바꿔 7번 발표…”일관성도 알맹이도 없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권초 1번 발표하고 5년간 지속

박근혜 정부가 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하겠다며 무려 7차례에 걸쳐 과제를 선정해 추진했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정부의 성장동력 발굴·육성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2월에 13대 ‘메가 프로젝트’를, 2014년 3월에 13대 ‘미래성장동력’과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2015년 3월에 19대 ‘미래성장동력’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는 산업화 속도가 빠른 10대 ‘미래성장동력’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8월에는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올해 1월에는 9대 ‘미래신성장 테마’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8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확정하고 사업별 주관 부처를 지정했으며, 2005년 1월에는 12개 부처 합동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종합실천계획을 수립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12월 17대 ‘신성장동력’을 선정해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이처럼 이전 정부들이 정권 초기에 성장동력 과제를 정해 5년간 꾸준히 정책을 추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현 정부는 7차례에 걸쳐 성장동력을 선정 또는 변경했으며, 특히 이 모든 것은 약 3년의 기간 동안에 이루어졌다”면서 “이들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선정했고, 과학기술전략회의는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확정했으며, 금융위원회는 ‘미래신성장테마’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부처와 기구가 성장동력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미래성장동력’에서도 변경이 계속됨에 따라 현 정부가 주력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무엇인지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성장동력 선정이 남발된 것은 관련 법제가 미흡하기 때문”이라며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과학기술 기반 성장동력’을 발굴하도록 규정하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미래산업 성장동력’을 발굴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기반 성장동력’과 ‘미래산업 성장동력’은 용어상으로만 구분이 가능할 뿐, 실제 성장동력 발굴 절차나 결과 측면에서는 차별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들 두 법에 성장동력 발굴 책무가 규정돼 있는데,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는 ‘신성장동력산업’ 목록이 이미 명시돼 있는 등 성장동력 관련 법제가 체계적이지 않다.

보고서는 “과학기술기본법에서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성장동력 관련 정책의 수립·조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성장동력 관련 계획들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안건으로 상정된 바는 없다”면서 “특히 현 정부가 지난해 5월에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추가로 설치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선정한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미래성장동력’과 중복이 있더라도, 이를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조정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후속 관리체계도 미비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정부는 매번 성장동력 발굴 결과만 발표할 뿐, 이후의 후속 관리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었다”며 “태스크포스(TF) 등 임시 점검 조직 구축을 통해 성장동력 관련 과제 이행상황의 점검은 일부 추진됐지만, 공식적인 점검·평가·환류체계가 구축·운영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성장동력 발굴 결과가 발표되고 몇 년만 지나면, 해당 성장동력의 추진과정이나 성과에 대한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성장동력 성과평가 결과를 활용한 환류체계(feedback system)도 없었다.

정책의 연속성도 도마에 올랐다. 성장동력은 발표될 때마다 그 명칭이 바뀌었고, 이전에 추진된 성장동력과의 연계 없이 매번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보고서는 “성장동력의 성공적인 육성을 위해서는 최소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기존에 추진됐던 성장동력의 성과와 전망을 분석하기보다는 정치적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주력함에 따라 성장동력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먼저 범부처 총괄기구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과학기술기본법’에서 정한 대로 성장동력 관련 정책의 수립과 조정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 점검, 평가, 환류 등의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권 초반에 성장동력이 한 차례 발굴된 후에는 최소한 그 정권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그 선정 주기를 5년으로 고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5년 주기의 선정 시기가 오더라도 기존에 선정된 성장동력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진 성과, 향후 전망,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성장동력만 변경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성장동력 키운다’며 정책 이름만 바꿔 7번 발표…”일관성도 알맹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