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치유재단, ‘위안부’ 피해 당사자도 모르게 위로금 ‘도둑 지급’ 파문

송도자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가 김복득 할머니와의 대화가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시민단체, “할머니의 명예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합의서 무효”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무리하게 합의서를 받아내고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가족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18일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 무효화 경남행동은 경남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화해치유재단(이하 재단)은 김복득 할머니가 합의사실을 알지 못하고 합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할머니 가족인 조카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할머니의 조카 명의로 된 통장에 1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국내 수많은 집회와 일본 나고야, 오사카 증언집회를 통해 “나는 돈도 필요 없다. 일본이 참말로 사죄만 한다면, 나는 편히 눈을 감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일본의 사죄를 요구해 왔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이날 김 할머니와의 대화가 담긴 녹취음성을 공개하면서 “할머니의 뜻은 1억원을 다시 정부에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녹취음성은 지난 17일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 할머니 병실에서 녹취됐다.

할머니는 “왜 이럴 때 나를 공부를 좀 안 시키고…바보 천치가 되어 있는데…내 피 돈이다”며, 흐느껴 울고 있다. 할머니는 자신은 받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고 말하고 1억원을 금액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음성에는 김 할머니가 합의사실을 뒤늦게 알고 흐느껴 우는 장면이 나온다.

송 대표에 따르면 할머니의 조카는 “합의금이 아니라 위로금이라고 받았고, 돌려주겠다‘고 말했으나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재단은 지난 해 봄부터 김 할머니에게 접촉해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침상에 누워있던 김 할머니는 재단 소속 직원 7~8명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한 후 발작 증세를 일으켰고, 급기야 새벽에는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 응급실로 이동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송도자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가 김복득 할머니 가족으로부터 건네받은 통장 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가족들은 이 통장의 입금자 명을 지우고 할머니의 베개속에 통장을 넣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구자환 기자
송도자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가 김복득 할머니 가족으로부터 건네받은 통장 사본을 공개하고 있다. 가족들은 이 통장의 입금자 명을 지우고 할머니의 베개속에 통장을 넣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구자환 기자

이밖에 재단은 창원에 거주하는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도 무리하게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희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재단 관계자가 창원의 할머니 병실로 찾아와 할머니를 상대로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했다”며, “할머니는 뇌경색으로 인해 인지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재단 관계자들은 할머니에게 “일본에서 잘못했다며 돈을 보내왔는데 받으실래요?”하고 물었지만 인지 능력이 없는 할머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후에 다시 찾아온 재단 관계자는 “돈을 받으시려면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박이거나 손을 움직여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사실은 할머니의 간병인이 지난해 12월 초에 이 대표에게 연락하면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재단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가족과 무리하게 접촉하며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가 갈등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정부는 일본의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믿었던 가족끼리도 서로 갈등하게 만들고 할머니의 명예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현 정부가 탄핵국면에 있는 상황인 만큼 자중해야 하는데도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도무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뒤 법정 소송을 통해서라도 이 합의의 적법성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화해치유재단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 표명 및 책임 이행조치로서 전달된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피해자와 유족의 희망을 경청하여 전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중의소리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화해치유재단, ‘위안부’ 피해 당사자도 모르게 위로금 ‘도둑 지급’ 파문